빈집의 시작은 '불'과 '물'이 없다
시골 빈집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집을 꿈꾸는지에 대한 그림은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빈집을 매입하고 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 그 모든 그림이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수도와 전기가 없는 집이라는 사실이다.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상수도와 한전 전력이 시골 빈집에서는 아예 끊겨 있거나, 설비 자체가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전봇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수도 계량기는 제거되어 있으며, 오래된 부식 배관은 지하에 방치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정은 전기와 물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 심지어 공사 시작 전 필수인 철거조차도 수도 호스 없이는 먼지를 잡을 수 없고, 전동공구 없이 작업이 어렵다. 빈집 리모델링의 시작은 결국 수도와 전기를 복구하는 작업부터 출발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없음’에서 시작하는 리모델링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전문가 입장에서 풀어본다.
목차
- (급수의 문제) 수도가 없으면 공사가 시작되지 않는다
- (전력 인입의 현실) 전기가 없다면 공정 전체가 정지된다
- (현실의 임시 해법들) 발전기와 물탱크로 시작한 사례
- 법적, 행정적 절차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 물과 전기가 없다면 공사도 없다



(급수의 문제) 수도가 없으면 공사가 시작되지 않는다
수도는 단순히 ‘세면대에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정의 기초작업에 필수로 쓰이는 것이 바로 물이다. 철거 중 먼지를 가라앉히고, 시멘트를 개고, 접착제를 닦고, 마감재를 세척하는 데도 물은 필요하다. 그런데 시골 빈집 중 상당수는 수도 계량기가 철거된 상태로 방치돼 있으며, 심지어 상수도 인입조차 안 된 곳도 적지 않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지역 상수도 공급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수도사업소나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인입 가능 지역인지 확인이 가능하며, 상수도관이 인입돼 있지 않다면 수도 본관에서부터 자비로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귀촌자들은 이런 경우 지하수를 파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지하수는 수질검사, 정수기 설치, 배관 동파 대책 등 유지 관리 비용과 수질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장기적인 거주나 수익화 목적이라면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상수도 인입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이웃집에서 호스를 빌려 간이 수도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단기간의 공정 중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며 법적,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
(전력 인입의 현실) 전기가 없다면 공정 전체가 정지된다
전기 문제는 수도보다 더 치명적이다. 전기 없이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모든 공구, 조명, 용접기, 콘크리트 커터, 타카 등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90%가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골 빈집 중 일부는 한전 계량기함이 철거된 상태거나, 전봇대에서 거리가 멀어 신규 인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전기 인입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먼저 한전 지사에 전기 인입 신청을 해야 하며, 계량기함 설치, 전력 용량 산정, 배전반 구조 승인 등이 필요하다. 비용은 수십만 원에서 시작하며, 배선 거리가 멀거나 공장용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 경우 수백만 원의 공사비용과 수 주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만약 이런 절차를 기다릴 수 없다면, 가설 전기를 먼저 인입하는 방법도 있다. 건축 허가가 없는 빈집이라도 가설 전기(공사용 전기) 설치는 가능하며, 전기기사와 협의해 간이 배전함과 안전 차단기만 갖추면 공사 초기 공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가설 전기는 정식 인입 전 임시적 방식이므로 전체 리모델링 계획에는 반드시 정식 전기 인입을 포함시켜야 한다. 전기가 없으면 공사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CCTV, 환기팬, 보일러, 심지어 화장실 조명조차 설치할 수 없다. 전기는 단순한 공정의 도구가 아니라 거주의 시작을 알리는 기반 인프라다.
(현실의 임시 해법들) 발전기와 물탱크로 시작한 사례
실제로 수도와 전기 없이 공사를 시작한 리모델링 사례는 많다. 어떤 경우에는 기술자들이 가정용 발전기(3~5kW)를 현장에 설치하고, 기초 철거와 마감 작업을 2주간 진행한 사례도 있다. 발전기는 하루에 약 5~8리터의 연료를 사용하며 소음이 크고 지속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도 문제는 1톤짜리 물탱크를 임시 설치해, 인근 양수장에서 급수차로 물을 옮기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농촌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펌프와 수압 조절기를 이용해 간이 급수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2~3주 내의 철거 및 구조공정까지는 가능하며, 본격적인 마감 작업 전에 정식 수도 인입을 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발전기와 물탱크는 공사를 “일단 시작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정식 인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시공업체와 협업한다면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다.
법적, 행정적 절차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시골 빈집의 경우 오래 방치되면서 주택으로 등록이 말소되거나 건축물대장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수도, 전기 등 기반 시설의 복구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특히 농가주택, 창고, 무허가 건축물 등은 행정상 ‘주거용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으면 상수 인입이나 전기 공급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리모델링에 앞서 건축물 용도 확인과 등기상 건축물 존재 여부 확인, 지자체에 수도 및 전기 인입 가능 여부 공식 확인서를 받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시공업체가 “이 정도는 나중에 다 해결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막상 공사가 시작된 후 인입 불가 판정을 받으면 수천만 원이 날아가는 일이 생긴다. 리모델링은 단지 집을 예쁘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행정상 존재하는 집으로 복구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물과 전기가 없다면 공사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 빈집을 보면 ‘고치면 되겠다’는 생각부터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집에 물이 흐르고 전기가 통하는지다. 이 두 가지가 없다면 리모델링은 공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를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행정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길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수도와 전기를 복구하는 준비만 잘하면 시골 빈집은 더 이상 불가능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다.
귀촌을 꿈꾸거나, 시골에서 부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수도 계량기와 전기 계량함부터 확인하라. 그게 바로 당신이 현실로 발을 딛는 첫 번째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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